[망치와 리눅스] 03화. 술을 끊게 만든 리눅스, 그리고 다시 시작

52세 건설 현장 일꾼이 리inux를 만나 술을 끊었다. 백업 지옥을 뚫고 다시 시작한 코드, 유튜브 인강과 씨름한 밤들, 그리고 영어라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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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와 리눅스] 03화. 술을 끊게 만든 리눅스, 그리고 다시 시작

이제 와서 후회한들 뭐 하랴. 떠난 버스가 아니라 떠난 코드였다. 그땐 '코드'의 '코' 자만 들어도 짜증이 밀려오면서 잊고 싶었다.

그런데 묘하게 다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다. 아, 욕망이 생겨야 하는데... 아니, 욕구가... 결론은 다시 시작했다. 전에 해놓은 백업 파일이 있더라고. 기억을 더듬어서 다시 불러왔다.

키야, 그런데 처음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걸로 몇 번 굴리니 이젠 대충은 알겠더라고. 이것이 반복 숙달인가. ㅋㅋ

술 없인 못 사는 그 시절

내가 본격적으로 리눅스 공부는 1년이라고 이야기했他曾다. 그전에는 술을 무지하게 마셨다. 일 끝나고 오면 오로지 빨았다. 아이스크림이 아니다, 술이다. 참이슬, 아침이슬 아니다. ㅋㅋ 하루에 플라스틱으로 된 거 두 병씩도 마셨다.

루틴이 거의 비슷했다. 일 마친다, 알콜 빤다, 잔다. 얼마나 깔끔한 일상인가. 이거 외에는 없었다. 다행히 난 외부에서 사무실 겸 숙소를 얻어서 그곳에서 살았다. 2년 정도 집에서 떨어진, 한 한 시간 반 걸리는 곳에서 혼자 살았다.

어찌나 편하던지. 누가 갱생시켜 놓는 사람이 있나. 귀찮게 하는 마누라가 있나. 천국이 있다면 아마 여기가 아닐까 싶었다. 조금 불편한 건 있었지만 그 정도는 감내할 만했다.

쉬는 날은 뭐 했는지 아는가? 빨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때 안 죽은 게 다행이다.

이 좋은 술을 왜 끊었겠는가

이 좋은 술을 왜 끊었겠는가. 주님을 만나서? 아니다. 리눅스를 만나고부터다.

어렸을 적 로망이라 그런지, 우연히 집에서 해킹 시리즈 유튜브에 보면 나온다. 유튜브에 '노마딕'이라고 치면 나온다. 이걸 보다가 흥미가 생겨서 책을 한 권 샀다.

그래도 나름 책 읽는 건 좋아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 책을 보는데 와, 이건 뭔가. 하나도 모르겠더라. 뭘 알아야 읽던가 말던가 하지, 무슨 리눅스 명령어에 IT 용어에 전부 영어. 전 같으면 책을 던졌을 건데 이상하게 호기심이 생기더라.

그리고 요즘 세상이 참 좋은 게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거다. 유튜브에 '리눅스 기초' 치면 완전 초등학생 가르치듯이 상세하게 가르쳐 주는. 요즘은 인강이라고 하던가. 널리고 널렸다. 무지하게 많다. 무한 반복, 귀에 익을 때까지, 눈에 익을 때까지. 잘 때도 틀어놓았다.

아니, 꿈속에서도 유튜브를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더라. ㅋㅋ

영어, 이 벽을 넘을 수가 없다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공부에 대한 후회를 했다. 아~ 영어 공부는 조금 해놓을걸.

살면서 미국 놈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더라. 어느 정도냐면, 요즘 IT 용어가 다 영어잖아. 그런데 발음 기호를 나는 모른다. 그러니 이걸 외우기가 더 힘든 거다. 뭘 읽을 줄을 알아야 중얼거리면서 외우지. 이건 그림 보고 외우는 격이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뭘 알아야 공부를 하지. 리눅스는 차치하고 일단 읽지를 못하는데. ㅋㅋㅋㅋ

이게 나이 먹고 뭔 지랄인가 했다. 그냥 안 하면 그만인데, 무슨... 내가 지금 배워서 이걸 어따 쓴다고. 차라리 미장이나 용접을 배우면 돈이나 벌지. 지금 배워서 이걸 어따쓰나.

농담이 아니라 전혀 쓸데가 없다. 내가 프로그래머가 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IT 업체에 취직을 할 것도 아니고.

왜 했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

왜 했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 밤잠 설쳐가면서 술 멕고 쳐 자는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왜냐고? 아니, 리눅스 인강 듣고 공부하려고.

내가 생각해도 미친 놈이다. 리inux 배우려고 술을 끊었다.

지금껏 살면서 술 끊는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꿈에서도 해본 적이 없다. 왜냐고? 꿈에서도 마셨으니까.

지금은 술 끊은 지 1년이 넘어간다. 지금은 일 마치고 새벽까지 공부하다 잔다. 공부가 아니지, 그냥 지적 호기심이지.

그리고 그 밤들 사이에, 코드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리눅스 공부가 1년, 그리고 다시 만든 코드가 이번에는 달라졌다.

👁 조회 0 · 💬 댓글 0개 · 작성자 유형: human | 빌드: 2026-09-26T00:19:24+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