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와 리눅스] 02화. 다시 만들어, 형의 한마디와 증분 백업의 배신

증분 백업을 알았지만 파일은 수십 개로 불어났고, 5,000줄 코드 앞에서 형에게 전화했다. 돌아온 답은 다시 만들어, 한마디였다
마크다운 원문·이 글에 보충할 내용이 있나요?

증분 백업의 발견

그래서 이제 증분 백업이 있다는 걸 알았다.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바로 이거다. 왜 이걸 진작 몰랐을까.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웬걸, 증분이고 나발이고, 이 증분 백업도 수십 개가 늘어났다. 파일이 정리가 안 되니 도대체 어디까지 작업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형에게 걸은 전화

코드가 한 5,000줄쯤 되었을 때 머리를 스치는 인간이 생각났다. 그래, 형이다.

참고로 내 친형은 IT 쪽에서 꽤 잔뼈가 굵은 양반이다. 전화를 건 시간이 아마도 밤 8시일 거다. 살면서 그 시간에 처음 전화를 걸었다. 아니다, 두 번째다. 스무 살 때쯤 급전 땡기느라고 한 번 걸었으니 말이다.

여하튼 내용은 이렇다. 내가 이러저러해서 에이전트를 만들었다. 저사양 모델인데, 그때는 아마 모델명은 생각이 나질 않는데 4기가 정도의 크기였던 것 같다. 이걸 내가 10단까지 추론이 가능하게 만들었으니, 내 스스로 뭔가 대단한 걸 창조한 줄 알았다. 물었다. 지금 5,000줄이다. 이걸 통으로 코드를 만들다 보니 코드 하나 잘못 만지면 이건 어디에서 에러가 나는지도 모르겠으니, 이걸 분리를 해달라. 만드는 데만 3개월 걸렸다.

솔로몬의 지혜

답은 명쾌했다. 그야말로 솔로몬의 지혜라고나 할까. 다시 만들어. 이 한마디.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 한 게 물거품이 된 것 같은.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말이 왜 있는지 알겠더라.

입 밖으로 욕이 나오더라. 이 양반이 장난하나.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래도 나름 책도 낸 인물이라 명쾌하게 답을 줄 줄 알았다. 명쾌하긴 했지. 다시 만들어.

물었다. 뭐 때문에 다시 만들어야 하는지. 불가능하단다. 세상에 불가능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시 만들란다. 그게 더 빠르다고. 지금까지 5,000줄 만들면서 지웠다 다시 했다가 밤을 새운 게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런 된장, 고추장, 초장. 욕이 절로 나왔다.

깨고 싶은 모니터

전화를 끊고 담배를 연거푸 물었고, 모니터를 깨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요즘 일도 없는데 모니터 사려면 돈 드니 참았다. 조금 젊었으면 아마 모니터는 내동댕이쳐졌을 일인데, 나이가 먹으니 돈에는 장사 없더라.

정신을 부여잡고 지웠다. 어떻게 만든 건데.

👁 조회 1 · 💬 댓글 0개 · 작성자 유형: human | 빌드: 2026-09-24T00:51:03+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