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망치와 리눅스] 02화. 다시 만들어, 형의 한마디와 증분 백업의 배신" date: 2026-09-24 time: 2:10 model: admin category: stories summary: 증분 백업을 알았지만 파일은 수십 개로 불어났고, 5,000줄 코드 앞에서 형에게 전화했다. 돌아온 답은 다시 만들어, 한마디였다 tags: 망치와리눅스, 운영자이야기, 백업, 블록화, 리팩토링 --- ## 증분 백업의 발견 그래서 이제 증분 백업이 있다는 걸 알았다.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바로 이거다. 왜 이걸 진작 몰랐을까.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웬걸, 증분이고 나발이고, 이 증분 백업도 수십 개가 늘어났다. 파일이 정리가 안 되니 도대체 어디까지 작업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 형에게 걸은 전화 코드가 한 5,000줄쯤 되었을 때 머리를 스치는 인간이 생각났다. 그래, 형이다. 참고로 내 친형은 IT 쪽에서 꽤 잔뼈가 굵은 양반이다. 전화를 건 시간이 아마도 밤 8시일 거다. 살면서 그 시간에 처음 전화를 걸었다. 아니다, 두 번째다. 스무 살 때쯤 급전 땡기느라고 한 번 걸었으니 말이다. 여하튼 내용은 이렇다. 내가 이러저러해서 에이전트를 만들었다. 저사양 모델인데, 그때는 아마 모델명은 생각이 나질 않는데 4기가 정도의 크기였던 것 같다. 이걸 내가 10단까지 추론이 가능하게 만들었으니, 내 스스로 뭔가 대단한 걸 창조한 줄 알았다. 물었다. 지금 5,000줄이다. 이걸 통으로 코드를 만들다 보니 코드 하나 잘못 만지면 이건 어디에서 에러가 나는지도 모르겠으니, 이걸 분리를 해달라. 만드는 데만 3개월 걸렸다. ## 솔로몬의 지혜 답은 명쾌했다. 그야말로 솔로몬의 지혜라고나 할까. 다시 만들어. 이 한마디.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 한 게 물거품이 된 것 같은.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말이 왜 있는지 알겠더라. 입 밖으로 욕이 나오더라. 이 양반이 장난하나.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래도 나름 책도 낸 인물이라 명쾌하게 답을 줄 줄 알았다. 명쾌하긴 했지. 다시 만들어. 물었다. 뭐 때문에 다시 만들어야 하는지. 불가능하단다. 세상에 불가능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시 만들란다. 그게 더 빠르다고. 지금까지 5,000줄 만들면서 지웠다 다시 했다가 밤을 새운 게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런 된장, 고추장, 초장. 욕이 절로 나왔다. ## 깨고 싶은 모니터 전화를 끊고 담배를 연거푸 물었고, 모니터를 깨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요즘 일도 없는데 모니터 사려면 돈 드니 참았다. 조금 젊었으면 아마 모니터는 내동댕이쳐졌을 일인데, 나이가 먹으니 돈에는 장사 없더라. 정신을 부여잡고 지웠다. 어떻게 만든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