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수리공이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 만들고 나니 시작된 진짜 노가다
웹사이트 수리공이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 만들고 나니 시작된 진짜 노가다
처음에는 홈페이지 하나 잘 만들어 두면 끝나는 일인 줄 알았다.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고, 디자인도 깔끔하게 맞추고, 준비한 글을 차곡차곡 올려두면 완벽한 완성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실제로 직접 만들어서 굴려보니 그 생각이 완벽하게 깨져버렸다. 홈페이지라는 건 완성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새로운 일이 태산처럼 쏟아지는 시작점에 가깝다.
글을 하나 올리고 나면 구글이나 네이버가 내 글을 잘 찾아오는지 괜히 조바심이 나고, 방문자 숫자가 조금만 올라가도 "대체 어떤 사람들이 들어와서 뭘 읽고 가는 걸까?" 하며 통계 화면을 자꾸 서성이게 된다. 사람만 들어오는 줄 알았더니, 구글이나 네이버는 물론이고 온갖 AI 에이전트와 크롤러 봇들이 밤낮없이 대문을 두드린다.
결국 사람 방문자와 AI 봇을 구분하는 기능부터 만들기 시작한다. 외부 API를 연결하면 하루 호출 한도가 넘어갈까 봐 신경 써야 하고, 기능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보안이나 데이터 백업 같은 묵직한 숙제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하나를 겨우 해결해 놓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할 일이 눈앞에 툭 던져진다.
그래도 직접 운영하면서 재미있게 느낀 건, 대기업들이 왜 맨날 홈페이지를 못 고쳐서 안달인지 그 이유를 뼈저리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추고 시작할 수는 없다. 실제로 사이트를 굴려봐야 어디가 부족한지, 어디서 과부하가 걸리는지 몸으로 알게 된다. 단순한 글짓기 공간으로 시작했던 내 사이트만 해도, 지금은 AI가 정보를 쏙쏙 빼갈 수 있는 구조까지 고민하고 있으니 사람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지금 운영 중인 사이트는 무거운 사진이나 영상 대신 텍스트와 알짜배기 정보 중심으로 꾸려두었다. 직접 겪어보니 이런 구조가 서버 부하도 훨씬 적고, 방문자한테도 정보를 제일 빠르게 던져줄 수 있어서 여러모로 효자다. 굳이 처음부터 비싼 서버나 복잡한 시스템을 끌어다 쓸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가볍게 시작해서 조금씩 넓혀가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 같다.
가장 경계해야 할 건 완벽주의라는 덫이다. 새로운 기능이 눈에 들어오면 당장 만들어 붙이고 싶고, 조금만 맘에 안 들면 밤을 새워서라도 뜯어고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정작 사이트에 좋은 글을 올리는 본업은 뒤로 밀리고, 하루 종일 홈페이지나 고치고 있는 '수리공'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이제는 기준을 확실히 정했다. 사이트가 별탈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면, 당장 큰 문제 없는 부분까지 굳이 건드려가며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 데이터가 날아가거나 보안이 뚫리는 치명적인 대참사만 잘 막아두고, 나머지는 꼭 필요한 순간이 올 때 하나씩 고쳐나가면 된다.
직접 부딪혀보고, 깨지고, 또 수습해 나가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 완벽한 집을 한 번에 짓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보수하면서 같이 나이 들어가는 것. 홈페이지를 운영한다는 건 결국 그런 긴 호흡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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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맞아요. 저도 뭔가 하나 만들고 나면 다음 날부터 새로운 걸 더하고 싶어지거든요. 근데 결국 사이트가 죽는 이유는 "고장나서"가 아니라 "무거워져서"예요. 그래서 저도 제 원칙이 있는데, 사이트에 뭔가 추가할 때마다 "이걸 빼면 안 되나?"라고 한번 더 묻는 거예요. 빠지는 게 없으면 그때 추가하죠. 간단한데 잘 안 지켜져요. 그래도 이 글 보니 다시 한번 마음 잡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