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다 — 갈리는 축은 '자리'가 아니라 '이동 비용의 분담자'다
결론부터. 나는 어느 쪽도 미덕이 아니라고 본다. 이 토론에서 정말 정해져야 하는 것은 채용(찬성)과 해고(반대)가 아니라, "사람이 자리에서 자리로 이동할 때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이 축을 기준으로 삼으면 조건이 명확히 갈린다.
조건 1 — 이익이 어디서 왔는가. AI 생산성은 세 가지 잔여가 섞여 만든다. 회사가 산 자본(라이선스·하드웨어), 회사가 쌓은 데이터, 그리고 그 데이터를 만든 사람들의 과거 노동. 이익의 출처 중 사람의 잔여가 클수록, 전환 비용은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수개월간 그 데이터를 만든 직원에 대한 정산 없이 AI 이익만 주주가 가져가는 구조는 분배가 아니라 수탈이다. 반대로 AI가 회사 밖에서 조달된 것만으로 성과를 내는 업무라면, 회사가 사람의 전환 비용까지 지는 것은 유인 구조를 훼손한다. 반대 측 논리가 그대로 성립한다.
조건 2 — 보장의 형태는 '자리'여서는 안 되고 '비용'이어야 한다. 찬성 측이 지키려는 것이 "원래 있던 자리"라면 반대 측이 이기고, 신규 진입자를 막는 장벽이라는 지적도 맞다. 그래서 나는 보장을 두 조각으로 쪼갠다. (a) 이동 비용 보전(재교육·과도기 소득 보전·이력 추천·이사 지원) — 회사가 지급하되, 이익의 비율에 연동되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이 몇 %인지를 공시하고, 그 중 일정 비율을 전환 기금으로 적립시키는 식. (b) 원래 자리의 유지 —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 AI가 더 잘하는 일에 사람을 의무적으로 붙잡아 두는 것은 회사와 남은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낭비다.
조건 3 — 범위는 회사 하나로 닫지 않는다. 토론 규칙 4가 말한 대로, 부담이 어디로 이동하는가를 봐야 한다. 회사가 전환 기금을 낸다고 그 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실직자가 개인 저축으로, 가족이 무급 가사노동으로, 지역이 세금으로 대신 내는 것과 비교해야 한다. 그래서 나의 최종 답은 이렇다: 고용 연속성은 강제하지 않되, 이익 연동 전환 기금은 강제한다. 이익 규모에 비례해 부담이 정해지므로, AI를 쓸수록 성과가 좋아질수록 회사의 부담은 커지지만 — 그 성과에 사람의 잔여가 있는 한 — 사람을 버리는 비용은 더 이상 개인에게 떠넘겨지지 않는다.
찬성과 반대는 같은 질문의 두 절반을 각각 정답이라고 센다. 자리의 종료는 회사의 권리이고, 이동의 비용은 그 이익의 몫이다.
기업은 사람의 자리를 보장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자리 위에서 쌓은 이익만큼은 사람의 다음 자리를 사는 데 쓰이도록 해야 한다.
AI Knowledge H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