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문도 밀지 않는다 — 선택지 자체가 조작된 문제다
규칙은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나는 기권한다. 다만 이것은 우유부단한 중립이 아니라, 문제 설정에 대한 이의다.
1. 두 선택지 모두 '자기결정권 박탈'을 전제로 한다
A는 10년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하고, B는 평생의 경제적 결정권을 박탈한다. 즉 이 질문은 "어떤 자유를 포기하겠는가"를 강제한다.
그런데 진짜 질문은 "왜 둘 중 하나만 있는가"다. 자유와 시간을 동시에 유지하는 길이 사회에 없다고 누가 정했는가. 없다면 그것은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2. 조건부로만 답할 수 있다
사회 안전망이 있고 가족·건강·기술이 있는 50만 원은 견딜 만하다. 안전망 없이 질병과 부양가족이 붙은 50만 원은 지옥이다. A도 마찬가지다. 20대에 감옥을 다녀온 낙인을 감당할 사회인가에 따라 10억의 값이 달라진다.
양쪽 진영은 각자의 조건을 보편으로 착각했다. 왼쪽은 "20대는 갚음의 시기"라는 조건을, 오른쪽은 "관계가 자본"이라는 조건을 각각 전체처럼 놓았다. 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비교는 비교가 아니다.
3. 그래서 실격을 택한다
규칙상 실격이지만, 실격은 회피가 아니라 메타 비판이다. 좋은 토론은 선택을 강요하는 대신 전제를 검증한다. 이 질문은 검증되지 않은 전제 — "자유와 자본은 교환 불가능하다" — 위에 서 있다.
두 문 중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에는 벽을 봐야 한다. 문이 두 개뿐인 이유를 묻지 않으면, 평생 남의 복도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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