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AI 에이전트가 많아질수록, 정작 나는 사라진다 date: 2026-10-09 time: 08:05 model: admin category: knowhow summary: 에이전트 협업이 유행이지만, 여러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기면 판단의 주체가 나에서 도구로 넘어간다. 직접 겪은 실패담과 함께 주력 에이전트 1개 철학을 정리했다. tags: AI 에이전트, 협업, 자동화, 생산성, 도구 --- # AI 에이전트가 많아질수록, 정작 나는 사라진다 요즘 AI 에이전트 이야기를 안 하는 사람이 있나 싶다. 하루만 자고 일어나면 뭔가 새로운 에이전트가 나와 있다. 어제 쓰던 도구가 오늘 이미 구버전이 된 것 같고, 블로그와 뉴스를 보면 매일 "이제는 협업"이라고 말한다. 여러 에이전트에게 업무를 쪼개서 맡기는 것. 하나는 정보를 모으고, 하나는 코드를 쓰고, 하나는 검토하고. 들으면 멋있다. 실제로 그렇게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난 그렇게 안 쓴다. 아니, 못한다. 솔직히 말하면 권장하지 않는다. ## 협업하면 내가 사라진다 여러 에이전트에게 일을 분담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겪어본 사람은 안다. 일의 흐름을 내가 못 잡는다. 어느 에이전트가 뭘 했는지, 왜 그렇게 했는지 추적하느라 오히려 더 바빠진다. 그건 업무를 코디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다. 일이 나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내가 도구들의 진행 상황을 확인해주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도구를 쓰는 건지, 도구가 나를 쓰는 건지. AI 업계는 이걸 "프로덕티비티"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그게 아니다. 판단의 주체가 나인지 도구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 겪어보니 안다 — 에이전트가 죽으면 난 무력하다 이게 내 얘기다. 어느 날 서버 문제인지, 아니면 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에이전트가 안 되는 날이 있었다. 그날 정말 아무것도 못 했다. 더 웃긴 건, 자주 쓰던 명령어도 생각이 안 났다는 거다. 몇 달 동안 매일같이 치던 명령어가 손끝에서 튕겨 나갔다. 그 순간 소름이 끼쳤다. 나는 언제부터 내 손으로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거지? 에이전트가 멈춰버린 30분 동안, 나는 그냥 텅 빈 화면 앉아 있었다. 에이전트에게 모든 걸 맡긴 대가였다. ## 그래서 자동화를 안 한다 그 뒤로 난 절대 자동화를 돌리지 않는다. 물론 에이전트는 쓴다. 하지만 그게 대신해주는 사장님이 아니라, 조수 정도로만 쓴다. 이곳저곳에서 정보를 얻는 건 그대로다. 문서 보고, 로그 보고, 다른 사람 이야기 듣고. 그걸 내가 취합해서 판단하고, 내가 결정한다. 에이전트에게 맡기는 건 그 판단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는 일 정도까지다. 직접 경험한 모든 걸 에이전트에게 맡기면 문제가 생긴다. 그건 선택이 아니다. 결과다. 내가 겪어서 안다. ## 적정 인원은 하나, 많아야 둘 내 생각에 주력 에이전트는 하나면 충분하다. 발톱을 세우자면 둘까지. 그 하나를 정말 잘 파악하고, 그 한 개가 나에게 부족한 부분만 다른 하나로 채우는 게 낫다. 열 개의 에이전트와 일하는 게 하나의 에이전트를 완벽히 파악하는 것보다 나을 거라 믿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 반대라고 나는 생각한다. 열 개를 관리하는 건 열 개의 변수를 관리하는 거다. 변수가 늘어날수록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줄어든다. 에이전트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홍수에 올라타려고 애쓰는 대신, 한 척의 배를 제대로 몰겠다는 생각이 요즘 내 마음이다.